달밖 DalBak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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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달: 등산스틱, 내리막에서 값을 합니다

등산스틱은 챙겨 가면 쓸모가 큰데 막상 들고 나서기는 가장 귀찮은 장비입니다. 그 차이는 대개 내려오는 길에 드러납니다.

등산스틱은 산길에서 손으로 짚는 지팡이입니다. 대부분 몇 마디로 접히고 길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필요 없을 때는 배낭에 매달고 필요할 때 펴서 쓰죠. 끝에는 땅을 짚는 촉이 있고 손잡이에는 손목에 거는 스트랩이 달려 있습니다.

오를 때가 아니라 내려올 때

스틱이 제 몫을 하는 때는 하산길이죠. 한 걸음마다 몸무게가 앞다리에 실리는데 스틱으로 그 무게를 나눠 받습니다. 내리막에서 무릎에 걸리는 힘이 줄어든다는 측정 결과들이 있습니다. 조건에 따라 12~25% 범위로 보고됩니다. 억새 능선처럼 오래 걷는 날, 단풍 계곡의 계단이 길게 이어지는 날이라면 차이가 더 큽니다. 균형을 생각하면 하나보다 두 개를 같이 쓰는 편이 낫습니다.

구매 시 고려해야 할 사항: 재질, 잠금장치, 그리고 스트랩

재질은 크게 알루미늄 합금과 카본으로 나뉩니다. 무게만 보면 카본이 앞섭니다. 대신 셋 중 가장 비쌉니다. 재질마다 부러지는 모습도 달라서, 어디를 얼마나 자주 가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재질무게충격을 받으면값
알루미늄 6000계무거움휘어짐 · 7000계보다 약함저렴
두랄루민(7000계)중간휘어짐 · 고온·저온에서 변형 적음중간
카본가장 가벼움전조 없이 부러짐 · 추위에 취약비쌈
카본은 결이 격자로 보입니다
카본은 결이 격자로 보입니다 · 달밖 촬영

알루미늄은 그냥 알루미늄이 아니라 합금입니다. 6000계는 값이 싼 대신 무겁고 7000계보다 약합니다. 7000계를 두랄루민이라 부릅니다. 그중 AL7075-T6가 스틱에 가장 많이 쓰이고요. 카본은 금속이 아니라 탄소섬유에 수지를 먹여 구운 것(CFRP)입니다. 한 쌍을 나란히 들어 보면 무게 차이가 바로 느껴집니다.

재질은 대개 샤프트에 적혀 있습니다. 6061·7075 같은 네 자리 숫자가 알루미늄 합금 등급입니다. AL7075-T6처럼 뒤에 기호가 붙기도 합니다. carbon이라고 박혀 있으면 카본입니다. 카본의 체크무늬로 등급을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 겉면만 무늬가 나오는 원단을 쓰고 안쪽은 무늬 없는 원단을 겹쳐 만드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무 표기도 없다면 제품 사양에서 확인하세요.

알루미늄은 충격을 받으면 휩니다. 휜 자국이 남아도 짚을 수는 있죠. 카본은 그 전조 없이 한 번에 부러지고 산에서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카본을 굳히는 수지는 심한 추위에서 더 잘 깨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 산이나 언 길에는 알루미늄을 권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계절을 한 벌로 덮으려면 알루미늄이나 두랄루민 쪽이 무난합니다. 카본의 가벼움은 얼지 않은 계절의 긴 산행에서 값을 하고요.

잠금장치는 마디를 고정하는 장치입니다. 세 가지가 쓰입니다. 대부분은 앞의 둘이고요.

잠금장치방식좋은 점신경 쓸 점
회전식(트위스트락)마디를 돌려서 조임값이 싸고 길이 조절 범위가 넓음조절이 느림 · 장갑 끼면 조이기 어려움 · 모르는 새 풀려 좌우 길이가 달라짐
레버식(플릭락)레버를 젖혀 조임조절이 빠름 · 장갑 낀 채로 가능 · 고정력 좋음값이 비쌈 · 레버 반대편 나사로 조임 강도를 맞춰 둬야 함
버튼식(푸시락)구멍에 핀을 끼워 고정펴고 접기가 빠름단독 사용은 드묾 · 접이식에서 레버식과 섞어 씀
레버식 잠금장치. 레버 반대편 나사로 조임 강도를 맞춥니다
레버식 잠금장치. 레버 반대편 나사로 조임 강도를 맞춥니다 · 달밖 촬영

레버식이 "잘 풀린다"는 말은 대개 조임 강도를 맞추지 않아서입니다. 레버 반대편 나사를 조여 두면 단단히 잠깁니다. 회전식은 반대로 샤프트 안에 습기와 먼지가 쌓이면 고장이 나므로, 가끔 마디를 빼서 안을 닦아 줘야 합니다.

웨빙형 스트랩
웨빙형 스트랩 · 달밖 촬영

손잡이와 스트랩은 재질에 가려 덜 보입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손이 닿는 곳이죠. 손잡이는 코르크·폼·고무를 씁니다. 코르크는 물과 땀을 밀어내고 쓸수록 손 모양에 맞아 가는 대신 값이 비쌉니다. 폼은 싸고 부드럽지만 잘 헤집니다. 고무는 단열이 되지만 젖으면 잘 마르지 않습니다.

스트랩은 스틱을 떨어뜨리지 말라고 있는 게 아니라, 손가락 대신 손목으로 체중을 받으라고 있는 장치입니다. 손을 아래에서 위로 넣어 스트랩을 함께 감싸 쥡니다. 손잡이는 가볍게 말아 잡고요. 길이는 너무 길면 손목을 받쳐 주지 못하므로 산행 중에도 한 번씩 맞춥니다.

스트랩생김새쓰임
웨빙형길이만 조절하는 납작한 띠 (대부분)긴 산행에는 패드 있는 쪽
글러브형손목~손바닥을 감싸고 엄지 구멍 있음힘 전달 정확 · 노르딕 워킹
분리형(퀵 릴리스)버튼 하나로 손잡이에서 분리손을 자주 뺄 때

스트랩이 손에 비해 넓으면 잡을 곳이 애매해집니다. 손이 작다면 중간에서 폭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낫습니다.

안 쓸 때는 어디에 두나

스틱은 산에 있는 내내 손에 들려 있지 않습니다. 들머리까지 가는 길, 두 손을 써야 하는 바위 구간, 쉬는 동안에는 배낭에 있어야 합니다. 끼움식과 접이식의 차이는 대개 그때 드러납니다.

마디를 뽑아 쓰는 끼움식은 길이 조절 범위가 넓고 마디가 겹치는 부분이 많아 든든합니다. 대신 가장 짧게 줄여도 50~60cm라 배낭 옆에 매달면 걸리적거립니다. 마디가 줄로 이어진 접이식은 텐트 폴처럼 접혀 훨씬 짧게 들어갑니다. 배낭에 자주 넣었다 뺐다 한다면 접이식, 오르내리며 길이를 자주 바꾼다면 끼움식 쪽입니다.

촉과 바스켓

땅에 닿는 촉은 소모품입니다. 닳으면 교체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가품 중에는 교체가 안 되는 것이 있으니 사기 전에 보세요. 대개 함께 오는 고무 마개는 데크와 바위를 덜 상하게 하고 들고 이동할 때도 안전합니다. 다만 끼운 채로는 미끄러지기 쉬워 산길에서는 빼고 씁니다.

촉 위의 바스켓은 스틱이 깊이 박히거나 바위틈에 빠지지 않게 막아 줍니다. 가을에는 작은 것이 낫습니다. 큰 것은 낙엽이 끼어 따라 올라옵니다. 깨진 바스켓은 산에 두고 오지 마세요.

쓰는 법

길이는 팔꿈치가 90도로 굽는 높이, 대개 손이 배꼽 근처에 오는 높이로 맞춥니다. 내리막에서는 조금 늘립니다. 완만한 내리막에서는 평소처럼 걸으며 앞에 짚은 스틱에 손목걸이로 체중을 살짝 싣습니다. 간격이 좁은 계단에서는 두 스틱을 먼저 아래 계단에 짚은 다음 한 발씩 내려옵니다.

그래서 사기 전에 쥐어 보면 좋습니다. 두 개 한 쌍인지, 팔꿈치가 90도로 굽는 높이까지 줄었다 늘었다 하는지, 손잡이가 손에 맞는지. 손에 비해 크면 하루 내내 어색합니다.

처음이라면 걷는 법을 먼저 익히고 그다음에 스틱을 더하는 순서가 낫습니다. 손과 발이 따로 노는 동안에는 스틱이 짐입니다.

사기 전에 빌려 보는 방법

한 시간 남짓 동네 뒷산을 걷는 정도라면 없어도 그만입니다. 두 시간이 넘는 산행, 내리막이 긴 산, 계단이 많은 국립공원 탐방로를 계획한다면 한 번은 써 볼 만합니다.

국립공원공단은 20개 산악형 국립공원 27개소에서 등산화와 함께 스틱을 무료로 빌려줍니다. 신청서와 개인정보 동의서를 쓰고 당일 반납하는 조건입니다. 한 번 빌려 써 보면 카본이냐 알루미늄이냐보다 손잡이가 손에 맞는지가 먼저 느껴집니다.

재질과 강도, 값을 한자리에서 비교한 자료로는 한국소비자원 등산스틱 비교시험(2020년, 13종)이 있습니다.